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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media Art&Collaboration

theatre 「바냐 삼촌ーUNCLE VANYA」




※ 프로젝트 그룹 <미(美)1>은 극단 미추 연극학교 1기 동문들로 구성된 전문 연극인 집단의 이름입니다.




기획의도

변화의 속도가 현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더뎠을 그 옛날에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물며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유행이 바뀌는 요즘에야, 더구나 강산도 아닌 한낱 사람이 10년간 한마음으로 한자리를 지키며 사는 일은 드물다 못해 약간은 미련하고 바보스런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프로젝트 그룹 <미(美)1>은 바로 그런 ‘미련한 바보들’의 모임입니다.

극단 미추 연극학교 1기란 이름 아래 양주 흰돌산방에 모여, 서투르지만 뜨거운 몸짓으로 연극에 대한 애정과 열의를 불사르는 법을 함께 배우기 시작했던 첫 만남 이후 꼭 10년입니다. 물론 그 동안 먼 길을 둘러온 사람도 있고 샛길을 헤매다 온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품었던 그 한결같은 마음과 말없는 약속을 잊지 않고 꾸준히 각자의 길을 개척해오던 바보들, 이 바보들이 이제 다시 첫 만남의 자리를 찾아 당시의 은사님들과 한마음이 되어 10년의 세월에도 변하지 않은 무언가를 보여주려 합니다.

10년 만에 다시 뭉친 바보들이 선택한 작품은 체호프의 [바냐 삼촌]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바냐 삼촌]을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게 바라보고자 합니다. 최근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고려인 이야기로 번안한 [뜨란지뜨 1937]로 큰 주목을 받은 러시아 유학파 1세대 정호붕 연출이 우리 정서에 맞게 재정리한 대본을 바탕으로, 같은 러시아 유학파 1세대인 최용진과 이들의 첫 번째 제자이며 러시아 유학파 2세대인 김현웅이 사제지간에 나란히 더블캐스트로 주인공 바냐 삼촌을 연기합니다. 여기에 프랑스에서 활약하다 최근 귀국, 언어의 표현을 신체로 연장시키는 작업을 장기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젊은 연출가 염상애와, 최근 SBS 드라마 [그 여자가 무서워] 촬영을 마친 배우 김유석이 각각 협력연출과 드라마투르기로 힘을 보태 공연에 완성도를 더했습니다.

사실 수많은 배우와 연출가들이 체호프의 작품을 선택하지만 원작이 주는 감동을 다 담아내긴 어렵고 우리 또한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처음 만났던 그 날의 순수함과 열정을 기억하며, 바냐 삼촌 역시 첫 데이트하듯 설레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정성스럽게 만나려 애썼습니다.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며 조금씩 인연을 가꿔가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이듯이, 이 새로운 첫 만남 또한 넘치게 욕심 부리지 않고 부족한 무대의 빈 자리는 배우의 힘, 배우의 열정으로 채워 나가렵니다.

극단 미추 연극학교 1기 동문들이 연극의 길에 처음 들어섰던 10년 전의 그 마음을 되새기고 새 출발을 다짐하고자 마련한 바냐 삼촌과의 데이트 자리, 프로젝트 그룹 <미(美)1>의 첫 잔치에 손님맞이 멍석 질펀히 깔고 음식도 넉넉히 준비했습니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시고 가시라는 푸근한 우리네 손님 대접의 인사로 초대의 말씀을 대신합니다.

작품소개

[바냐 삼촌], 그리고 치명적인 희망

[바냐 삼촌]은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가장 자주 무대에 올려졌다는 체호프의 작품들 중에서도 [갈매기], [세 자매], [벚꽃 동산]과 함께 4대 장막극으로 꼽히는 대표작이다. 도시에서만 살다가 퇴임 후 전처의 시골 저택으로 내려와 지내게 된 늙은 대학교수와 그의 젊고 아름다운 후처 옐레나, 그리고 저택을 관리하며 순박한 삶을 살아온 전처의 딸 소냐와 처남 바냐 및 시골 사람들, 이들의 상반된 가치관이 서로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일종의 해프닝이 이 작품의 주요 갈등을 이룬다.

그러나 "느끼는 자에게 인생은 비극이요, 생각하는 자에게 인생은 희극"이라는 부제로도 알 수 있듯이, 작가 특유의 희비극적 터치가 돋보이는 이 작품에서 해프닝은 단지 해프닝으로만 그치지는 않는다. 소위 '어리석은 환상'에 빠져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인물들과 이들의 미묘한 심리를 통해, 체호프는 해프닝 그 자체보다는 해프닝이란 이름으로 흐지부지 봉합되는 갈등 이면의 숨겨진 진실, 통속적인 사회의 몰이해 속에 파묻혀버리고 마는 묵직한 진실들에 더 주목하는 듯하다.

잃어버린 젊음과 꿈을 되찾고 싶은 바냐, 오랫동안 억눌러온 짝사랑을 드러내고픈 소냐, 생기 있는 삶을 동경하는 옐레나와 허무한 이상 추구를 포기하지 못하는 아스뜨로프...

이들의 꿈은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곧 웃음거리가 되고 결국 참담한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지만, 나름대로 원칙과 이상을 지닌 고결한 인물들이 그처럼 어리석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 근본적인 동기, 즉 그 꿈과 희망의 절실함과 끈질김만큼은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가슴 아픈 진실이 아닐까.

이루어질 수 없는,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치명적인 환상.

그 치명적인 희망에서 비롯된 웃지 못할 삶의 아이러니를 음미하다 보면, 왜 체호프를 가리켜 보이지 않는 인생의 진실을 포착해내는 탁월한 통찰력을 지닌 작가라고 평가하는지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연출노트

덮어야 삽니다.

[바냐 삼촌]은 뜨거운 이야기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친 사람들 - 살아 온 것 때문에, 사는 것 때문에...
어느 날 문득 다가온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저 깊은 곳을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자유, 사랑, 희망, 시간, 양심, 도덕, 관계의 힘겨움 - 이 따위 싸구려 말들이
사는 곳을 가 보았을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거고
그리고 그것들의 무차별 공격을 받아보았을 것이다

지나온 것으로부터, 지나갈 것을 보는 고문
그리하여
지나갈 길을 위해 지나온 것으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하지
脫線, 탈선해야만 살 것 같아
몸부림쳐 봤다면...
그 끝에 걸려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코미디


코미디의 뜨거움, 달콤함, 자유로움, 괴로움, 사랑
- 스치고 지나간 인생의 한 순간

덮개를 찾자.
덮어야 산다.

울더라도 덮고 울자.
비루한 내 인생.
가련한 내 인생.

화산 폭발 주의보!!!

땡!!!

Finita la commedia(코미디는 끝났다)

출연진

최용진 -바냐(더블)

연극/ 춘궁기, 세 자매, 전태일, 크랩의 마지막 테이프, 용병, 죄와 벌, 철수이야기, 변신,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남사당의 하늘

함건수 -쩰레긴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무엇이 될고 하니, 우리 읍내, 춘궁기, 그 불, 판도라의 상자, 천명, 히바카리, 정글이야기, 한여름밤의 꿈, 허삼관 매혈기, 최승희, 빵집, 주공행장, 복어, 조씨 고아, 열하일기만보, 남사당의 하늘 외

마당놀이/ 뺑파전, 이춘풍전, 춘향전, 허생전, 애랑전, 봉이 김선달전, 변학도뎐, 홍길동전, 심청전, 삼국지, 마포 황부자, 변강쇠, 쾌걸 박씨

영화/ 바람의 전설, 슈퍼스타 감사용, 형사, 로망스, 타짜, 구미호 가족, 싸움 외

드라마/ 연개소문, 별순검

윤가현 -마리나

연극/ 금희의 오월, 딸들아 일어나라, 노래하라 그대, 중중 까까중, 춘궁기, 한여름밤의 꿈, 하얀 동그라미,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 빵집, 페드르, 생사의 장, 상춘곡, 주공행장, 열하일기만보, 남사당의 하늘 외

마당놀이/ 이춘풍전, 심청전, 삼국지, 마포 황부자, 변강쇠, 쾌걸 박씨

영화/ 오아시스, 살인의 추억, 인어공주, 형사Duelist,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M, 펀치레이디, 물 좀 주소

김현웅 -바냐(더블)

연극/ 춘궁기, 정글이야기, 조씨 고아, 열하일기만보, 남사당의 하늘

마당놀이/ 변학도뎐, 삼국지, 마포 황부자, 변강쇠, 쾌걸 박씨

하덕부 -세레브랴꼬프

연극/ 지붕 위의 바이올린, 갈매기, 춘궁기, 그 불, 11월, 세 자매, 동물원이야기

연출/ 우유를 원하세요? MILK?, 우리 미운 아기오리가...

영화/ 조용한 가족,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텔미썸딩, 하면 된다, 오버 더 레인보우, YMCA 야구단, 슈퍼스타 감사용

정나진 -아스뜨로프

연극/ 그 불, 춘궁기, 용병, 한여름밤의 꿈, 보잉보잉, 뉴 보잉보잉,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 조씨 고아, 열하일기만보, 남사당의 하늘 외

마당놀이/ 춘향전, 심청전, 이춘풍전, 홍길동전, 토선생전, 변강쇠전 외

드라마/ 하얀 거탑, 별순검, 황금신부 외

박윤경 -옐레나

연극/ 나비는 천년을 꿈꾼다, 창립기념일,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 삽 아니면 도끼, 꽃다방 블루스, 브라질리아, 보잉보잉, 눈사람, 관객모독 우먼, 서울노트

노은정 -소냐

연극/ 한여름밤의 꿈, 라이어 그 후 20년, 베니스의 상인, 순대곱창 살인사건 외

마임/ 마을의 예언자(프랑스), 그리다, 심장 먹는 사람

단편영화/ 몽환songe(프랑스), H.U.G, 르베르

박은주 -마리야

연극/ 빠리에서의 생활, 대머리 여가수, 필록테스, 비, 뜨란지뜨 1937, 스노우 쑈

영화/ 섹스 볼렌티어

제작진

대본/연출  ▶ 정호붕

러시아 국립 슈킨 연극대 졸업(MFA)
현(現) 극단 미추 단원 / 중앙대학교 음악극과 교수
출연 : 디 아더 사이드, 최승희, 뙤약볕 외
연출 : 정글이야기, 하얀 동그라미, 세 자매, 뜨란지뜨 1937 외

드라마투르기 ▶ 김유석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러시아 국립 슈킨 연극대 연기석사(MFA)
출연 : 강원도의 힘, 여고괴담, 섬, 모두들 괜찮아요? 왕의 여자, 두 번째 프러포즈, 굳세어라 금순아, 인생이여 고마워요, 소금인형, 내 사랑 못난이, 그 여자가 무서워 외

의상 ▶ 박선희

이태리 밀라노 마랑고니 패션연구소
파리 1대학 예술사학과 석사
현(現)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디자인학부 패션디자인 전공 조교수

협력연출 ▶ 염상애

프랑스 파리 3대학 연극과 CEC 수학
코믹 마셜아츠 퍼포먼스 [점프] 연기지도
연출 : 하녀들,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페드르, 퍼펫 뮤지컬 리틀 동키

디자인 ▶ 손우경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 영상학과 졸업
동 대학원 조형연구과 영상코스 재학 중
엡슨 국제 배너 콘테스트 그랑프리
ASK 영상제 2007 ASK상 : 작품 [쯔끼지 시장]
Image Forum Festival 2008 입선 : 작품 [회귀]

무대 ▶ 정나진

조명 ▶ 오광민

조명오퍼 ▶ 김상혁

음향 ▶ 염상애

음향오퍼 ▶ 임호영

사진 ▶ 이정준

기획 ▶ 박선영

홍보 ▶ 정달영

진행 ▶ 박미진

 ■1999년 2월/3월 미추 연극학교 1기 졸업 작품 공연 모습




2008년 5월 27일 김유석

미추 연극학교와의 10년. 나이가 한 켠에 쌓이면서 지인들이 그리워진다. 열정으로 오늘을 살아내던 젊음은 치열한 속내를 나누면서도 희미해지지만 사람은 늘 거기 있는 듯하다. 90년대 초반의 혼탁하고 요동치는 러시아의 정치 경제 상황 속에서 시작한 모스크바 유학은 블랙홀 같았다. 날씨만큼 우울한 4년의 유학생활에서 버팀목이 되었던 건 존경스러운 동료들이었다. 그 중 내 평생의 자산인 정호붕 선생님, 최용진 선생님과의 만남은 러시아에서의 유학을 의미 있게 하였다. 늘 편안한 품인 정호붕 선생과 뒤에서 정신적인 미장을 해주는 최용진 선생은 같이 공부하는 동료들에게 큰형 이상의 존재였다. 우리는 함께 연극을 준비하고 밤새 토론하고 술잔을 나누면서 스타니슬라브스키 교육을 함께 나누었고, 우리의 이상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소박했던 꿈은 당시 우리나라 제도권에서는 불가능했던 연기교육체계의 시스템화에 대하여 고민하게 하였고, 귀국 후에 그 꿈은 젊고 진보적인 연극운동가인 극단 미추의 손진책 대표님을 만나며 이루어지게 되었다.
당시의 극단 미추는 배우들에게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는 극단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우리는 기존의 극단 미추가 해오던 교육 프로그램 텃밭 위에 스타니슬라브스키 연기교육 시스템을 접목시켜 단원 워크숍과 연구단원 교육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연구단원 교육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면서 미추 연극학교의 체계를 시작하게 되었고, 미추산방의 터전을 피와 땀으로 일궈낸 극단 미추의 기존 배우들의 이해와 사랑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미추 연극학교는 전문 연극인을 배출하겠다는 손진책 대표님의 의지와 선배단원들의 희생, 선생님들의 열정, 그리고 학생들의 노력이 융화된 작품이다. 미추 연극학교는 1년(2학기) 동안 연기술을 중심으로 신체훈련인 무대동작(최혜원), 재즈댄스(김성일), 사물(김학수), 한국무용(이경숙), 현대무용(김봉순), 소리훈련으로 화술(정호붕), 민요(이용미), 판소리(김성애), 성악(김수정), 이론수업으로 연출론(손진책), 철학(김창화), 한국연극사(한명희), 서양연극사(이주영), 무대미술(김준섭)을 배웠다. 일주일에 6일, 하루 평균 6-7시간 수업, 그러나 실제로는 각 과목 선생님의 과욕(?)으로 하루 10시간 이상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욕심 많은 선생님들에게 화답이라도 하듯 미추 연극학교 1기 학생들은 커다란 성과를 내며 자기개발에 충실해주었다. 하덕부, 윤가현, 김현웅, 정나진, 오광민, 장윤정, 백현호, 이혜연, 박미진, 박윤경, 노은정, 손우경, 이진희(이상 배우), 염상애(연출), 박호정(이상 무대미술), 정달영(기획), 그리고 같이 시작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중도에 그만둔 정순미, 윤경애(이상 배우), 박선영(극작)이 그들이다.
 학생들은 미추 연극학교가 자신들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듯 치열했고 열정적이었으며, 무대에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거침이 없었고, 자신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이 없었다. 그들과 수업을 한 선생님들은 이 모습을 보고 욕심을 내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스승으로, 학생으로, 그리고 동료로서 소중한 1년을 지내면서 함께 성장해 나아갔다. 그 성과로 우리는 1년 교육과정 동안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발표회를 가졌고, 두 편의 장편 졸업공연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렸다. 졸업식 때 우리는 한 가지 약속을 했었다. 10년 후에 미추 연극학교 1기 10주년 기념공연을 하자고...
이제 그 10년에 이르렀다. 10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극단 미추의 단원으로, 프리랜서 배우로, 유학생으로, 교육자로, 평범한 사회인으로 각자의 삶에 있었다. 오늘 우린 다시 하나의 무대를 바라본다. 치열했던 어제를 곱씹으며 현재의 소소함을 내세우며 이제 만난 업으로 무대에 오른다. 극단 미추, 미추 연극학교에서 만난 손진책 대표님, 선생님들, 선후배들, 학생들. 그들은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한 나의 스승이자 동료들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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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에겐 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 곧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더불어 행복해진다